비만 오기를 소망하는 아기
20개월 아기 서우는 지금까지 밖에서 비를 자세히 관찰하거나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집에서 우산을 쓰거나 물놀이, 물장난을 한 것이 전부입니다.
애엄마는 요새 천 일제를 합니다.
비나이다, 비아니다
산신령님, 비가 오게 해 주세요.
지구의 건강을 위해, 아기의 새로운 경험을 위해 비나이다, 비나이다
기도를 마친 애엄마의 간절한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 저는 신세계 매장에 가자고 했습니다. 장화를 사기 위해서죠.
우산을 쓰고 마음껏 거실을 활보하는 아기 모델을 보고 "내일 당장 비가 내리더라도 아기는 항시 출격 대기 상태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에 든 것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 아기
마음에 담은 아이템은 크록스 키즈 핸들 잇 레인부츠입니다. 하지만 신세계 매장에는 해당 제품은 없고 크록밴드 레인부츠가 있습니다.
장화 윗부분에 손잡이 유무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크록밴드는 핸들 잇보다 장화 속 발의 움직임을 잘 잡아준다고 합니다.
오프라인 가격은 크록밴드가 조금 더 비쌉니다. 사이즈만 확인하고 인터넷 주문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기가 장화를 신는 것까지는 고요했습니다. 장화 특성상 한 치수 크게 잡았습니다. 아기의 표정에서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죠.
하지만 '태풍의 눈'이 지나갔는지, 이 녀석이 신발을 벗지 않으려는 겁니다. 절대로요. 이번에도 결사 항전입니다.
"일단 벗고 집에 가서 사줄게"
"으 앵앵!"
하는 수없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했습니다. 돈 만원 차이가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아기 서우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만 원어치 편의점 군것질 건너뛰면 됩니다.
마음에 든 장화를 획득한 아기
서우는 집에서도 장화를 신고 돌아다닙니다.
마치 "새 신을 신고 뛰어 보자 팔짝~"거리는 귀염둥이 뽀까 같습니다. "아빠도 실내화를 신고 있으니 나도 똑같이 신겠다!"라는 그런 의미이겠죠.
밥을 먹을 때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책을 볼 때도 장화는 항상 내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래 가지고 발에 무좀 나는 거 아이가, 발 냄새 장난 아닐 낀데……"
걱정이 된 아빠는 서우가 좋아하는 고구마로 신경을 돌려 장화를 벗겼습니다. 다행히 고린내는 나지 않고 귀여운 아기 발 냄새와 고무 냄새가 났습니다. 역시 아기의 특권인가 봅니다. 우리가 신고 벗었으면 바로 화생방 경보 울리겠지요.
찐 후기 보고 드립니다.
◎ 굽 높이는 2cm가량 되며 발볼은 보통 정도입니다.
◎ 무엇보다도 디자인도 이쁘고 가볍습니다.
◎ 밑창 부분이 핑크색, 흰색, 보라색_3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크록스 상표도 대문짝만 하게 박혀 있습니다.
◎ 마감 처리가 잘 되어 있고, 물 샐 염려는 없어 보입니다.
◎ 제일 중요한 건! 너무나도 귀엽습니다! 토실토실한 종아리를 감싸고 있는 장화가 핵심 포인트입니다.
▩ 하지만 장화 특성상 신고 벗기기는 수월하지 않죠.
▩ 통풍도 잘 안 됩니다.
▩ 가격이 사악한 편입니다.
역시 육아 물정 세상 물정 모르는 거 티 내는 애아빠이지만 비싸게 느껴집니다. 할아버지는 시장통에서 만 오천 원 주고 장화 샀는데, 이건 두 배 이상입니다.
여하튼 우산과 장화로 중무장한 서우를 위해 빨리 (적당히) 비가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핵심 정리
①아기에게 비의 경험을 선물해 주기 위해서는 장화가 필요한데, 크록스 레인부츠를 권장합니다.
②예상치 못한 변수로 예산 대비 초과 지출이 됐다면 의연하게 대처하십시오. 애아빠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충당합니다.
③장화 신은 귀여운 자녀분들을 보면 사악한 가격을 잊어버리기 충분합니다.
④집에서 장화 신고 이리저리 날뛸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줍니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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